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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로그

Catlover 2023. 5. 24. 09:38

(*총기 사용, 약간의 트리거 주의)
(*상해를 하지는 않습니다)



얼굴에 들이밀어진 총구. 손은 방아쇠에. 조금만 힘을 주어도 뇌수가 터질게 분명한데. 이상하게 순순히 말을 들어줄 생각은 없는 채로.




*벌금님cm




웃는 낯으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총구를 건드린다. 힘이 들어간건지. 쉽게는 안 밀리고. 아쉬움에 입맛만. ”뭐, 그럴거라고 생각했지만“  괜스레 한마디를 덧붙이고.


처음부터 그랬다. 이상하게 그 말은 듣고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불쾌감에. 근데 지금은.

글쎄. 미하일은 금새 까먹는 인간이다. 그러니— 다시 떠올려보자. 지금은 무엇으로 반항을 했는가. 이길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 아니, 총이 들이밀어진 상태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은 최근에 깨달았다. 친분? 아니, 그 또한 가장 부질없는 것이다. 심지어 상대는 죄수. 그네들의 상관이 교도관을 죽이라 했었고.

아 그래. 그것은 자존심일지도 모른다. 빙글빙글 웃는 낯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에게 무리한 요구만을 해오는 그에게 지고싶지 않다는. 성질 나쁜 취미-글쎄. 취미가 아닐까?-에 순순히 어울리고 싶지 않다. 원하는 바를 자존심마저 굽혀가며 들어주고 싶지 않다.


설령 그것이 목숨이 걸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더라도.


아니다. 그건 아니다. 목숨까지는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운이 좋으면 살 수 있을지도. 어릴 적부터 운이 좋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지만. 혹시 아는가? 본인의 행운 총량이 더럽게 크고 그 못 쓴 행운들이 지금 쓰여질지. 잡생각만 하다 이마에 닿은 차가운 감촉에. 화들짝.



그리고 다시 현실로.



얼굴에 들이밀어진 총구. 손은 방아쇠에. 조금만 힘을 주어도 뇌수가 터질게 분명한데. 이상하게 순순히 말을 들어줄 생각은 없는 채로.


상대의 반응이 터져나오기까지. 침을 삼키고. 담담한 척 해도 긴장이 되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차라리 머리카락을 준다고 할까?


아니다. 역시 그건 아니다. 쉽게 마음을 고쳐먹고. 자세를 다잡고 앞을 똑똑히 쳐다본다. 이건 자존심이었다. 그냥. 그렇게 됐다. 설명은 할 수 없지만 그런거.

몰랐는데. 자신은 사실 자존심이 더럽게 셌나보다. 죽어도 이 사람에게는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이 가득한 걸 보면. 입꼬리가 끌어당겨지고. 이것은 자의로. 비뚜름하게 웃는다.



“근데 자기야, 나는 어려운 길도 싫어하지 않아.”



할 말은 그것뿐인가? 묻는다면.

응. 답한다.

그러나

그거면 된다.